<쓸모 있는 귀신>은 ‘산 자와 죽은 자의 공존’처럼 익숙함과 낯섦이 뒤섞인 작품이다. 장르조차 쉽게 규정할 수 없는 독창적이지만 관객을 놀라게 해 줄 흡입력이 있는 데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젊은 여자 귀신 낫(다위까 호네)은 죽음을 거부한 채 진공청소기에 빙의하여 남편 마치(모스트)를 찾아간다. 그러나 남편의 가족은 두 사람의 재결합을 완강히 반대한다. 그러던 중 그녀의 ′쓸모′를 발견하면서 마지못해 그녀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태국 곳곳을 떠도는 원혼들의 정체를 밝혀내고, 그들을 사후세계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하지만 그 원혼들은 지난 70년간 태국의 더딘 민주화 과정 속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이었다.
방콕 출신의 감독 랏차품 분반차촉은 쭐랄롱꼰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한 뒤, 고향을 기반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단편 <Red Aninsri; Or, Tiptoeing on the Still Trembling Berlin Wall>(2020)로 로카르노영화제 주니어 심사위원상을 거머쥐며 단숨에 국제 무대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토리노, 누보시네마(몬트리올), 보고타, 싱가포르, 글래스고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잇달아 상영돼 그의 이름을 확고히 했다. 이어 발표한 장편 데뷔작 <쓸모 있는 귀신>(2025)은 2025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을 수상하며, 라차푼을 차세대 태국 영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