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남부의 ‘외딴’ 섬. 이 섬의 토박이인 실비아는 작은 강아지에게 ‘유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한 번도 갖지 못한 아이를 돌보듯 귀여워한다. 만사가 조심스럽고 말수가 적은 실비아와 달리 유리는 활달하고 자유분방하다. 어느 날 유리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실비아는 외면하고 있었던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대면하게 된다. 카메라가 실비아의 내면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유리의 마음으로 훌쩍 건너뛰는 순간, 우리는 ‘고립’된 섬이 아닌 무한으로 열린 채 서로 엉켜있는 바다, 하늘, 땅, 바람과 만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자연과 생명이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감각하게 되는 순간이다. ‘반려’를 보살피는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때로는 부딪치면서도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생각해 보게 한다.
칠레의 영화감독이자 비주얼 아티스트. 첫 장편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2012)로 로테르담영화제 타이거상, <죽기에는 어려>(2018)로 로카르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베니스 비엔날레에 사진과 영상 작업물이 전시되기도 했다. 신작 <라 페라>는 2026 칸영화제 감독주간 상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