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선풍기를 주워 온 할아버지는 몇 시간을 씨름해 멈춘 날개를 다시 돌린다. 비록 머리를 반대로 달았지만 바람은 시원하다. “내 병도 이 선풍기와 똑같아.” 추락 사고로 청각과 정신에 장애를 갖게 된 그는 해운대 도심의 작은 숲속에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다. 미대 입학 후 정작 그리고 싶은 것이 사라진 손녀는 카메라를 들고 그의 세계를 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의 세계는 온갖 무용한 것들과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지만 감독은 그의 외출 길에 기꺼이 동행한다. 유용한 것들만을 필요로 하는 세계에서 무용해 보이는 일에 몰두하는 할아버지의 기이한 초상이자,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다정한 손녀가 쌓아가는 특별한 우정을 담은 가슴 먹먹하고 따뜻한 영화이며, 한 인간의 빛과 어둠을 동시에 바라봐야 하는 다큐멘터리스트의 자세를 성찰케 하는 자기 반영적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방송영상과에서 다큐멘터리를 공부했다. 단편 <선풍기는 고장났나?>(2018), 인디포럼 상영작인 <할아버지, 왜 복권을 좋아하세요?>(2018) 등을 연출했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와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진행된 전시에도 참여하여 『사과 모집』(2015), 『구포댁의 갈등』(2017) 등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