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소연(한혜지)과 정호(박종환)는 살림은 넉넉하지 않지만 살가운 연인이다. 하지만 아이를 갖자는 정호의 말에 소연의 몸은 허물어진다. 둘,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인철(박노식)과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아들 진우(김주영)가 팽팽히 맞서다 진우가 집을 박차고 나간다. 셋, 정호는 어렵사리 음식점을 운영하고, 지낼 곳이 마땅치 않은 진우는 돈을 벌고, 빌리고, 받아내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댄다. <스페이스>는 세 개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이면서도, 동일 인물들이 다른 에피소드에 얼마간 출현하고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느슨하고 유기적으로 이어져 공명한다. 이때 ‘스페이스’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장소, 인물 관계에 대한 은유, 신경전과 대치의 현장, 끝끝내 혼자가 돼 안식에 이르는 삶의 최후 보루이다. 장소이자 세계, 세계로서의 장소에서는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알다가도 모를 의뭉스러운 인간들이 출몰한다. 느닷없는 출현에 얼얼해질 것이다.
3D 장편 <물고기>(2011)로 데뷔해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과 밴쿠버영화제 특별언급을 받았고, 로테르담영화제에 초청됐다. 2014년, 제작사 ‘농부영화사’를 차리고 <혼자>(2015)를 만들어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로테르담영화제 밝은 미래 부문에도 초청됐다. 세 번째 장편 <그대 너머에>(2020)로 다시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으며 <스페이스>는 네 번째 장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