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칠레는 세비야 엑스포에 남극 빙하 조각을 전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개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문명국가’로 인정받고자 했다. 때는 바야흐로 피노체트 독재가 막을 내린 직후였다. 그러나 빙하는 녹기 마련이고, 얼음 속에 파묻힌 진실은 자신이 드러날 시기를 숨죽인 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영화는 칠레의 스키 리조트에서 일어난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을 통해 폭력의 시대 앞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왜 침묵으로 굴복했고, 자신의 안락과 출세를 위해 어떻게 부당한 체제에 가담했는지를 파고든다. 그렇게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는 단순히 독재가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얼음의 멜트다운은 20세기 말 냉전이 끝나며 전 세계가 겪어야 했던 거대한 변화와 혼란의 시대를 함께 비추고 있다.
칠레의 배우이자 감독. 십 대에 배우로 데뷔해 안드레스 우드, 세바스티안 렐리오 등 유명 감독들과 협업하며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이후 템플대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단편 <무호흡>(2014)과 공동 연출작 <육지의 조수>(2016)를 거쳐 첫 장편 <1976>(2022)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선보였다. 두 번째 장편 연출작 <멜트다운>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초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