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혜미(정민주)는 학교 댄스팀에서 센터를 차지해 빛나고 싶다. 하지만 정월대보름 축제 때, 무대 위에서 의상 사고가 벌어지면서 자신만만하던 혜미의 세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가까운 친구들과 서먹해졌고, 무엇보다 세상 사람들이 몰랐으면 해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해온 부모의 존재가 만천하에 드러날 위기다. <풀문>은 사춘기 10대 소녀가 철저히 외면하고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가장 연약한 내면과 그와 반대로 세상 사람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는 열망의 다른 면이 맞붙어 생의 첫 균열을 내는 순간을 그린다. 상실의 맛은 씁쓸하고, 혼란은 야속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달이 기울고 다시 차오르듯, 생각지 못한 우정을 발견하고, 영영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어른들의 세계와도 다정한 마음을 교신한다.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촬영, 친밀한 언어와도 같은 음악이 영화를 풍성하게 꽉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