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메모리즈>의 귀환은 각별하다. <아키라>로 세계를 뒤흔든 오토모 가쓰히로가 총지휘한 세 편의 옴니버스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SF 애니메이션의 최전선에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우주 쓰레기 처리선 선원들이 오페라 가수의 기억이 만든 환영에 잠식되는 <그녀의 추억>(모리모토 고지 연출)은 훗날 <퍼펙트 블루>로 이어질 곤 사토시 월드의 원형이고, 실험실 사고로 걸어 다니는 생화학 병기가 된 샐러리맨의 소동극 <최취병기>는 블랙코미디의 탈을 쓴 문명 풍자다. 포격이 일상이 된 도시를 원 컷 스타일로 담아낸 오토모의 <대포의 거리>가 마지막을 묵직하게 봉인한다. 이번 상영은 2025년 공개된 30주년 기념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기억’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각기 다른 장르와 리듬으로 변주한 세 단편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절호의 기회다. 부산에서 출발한 기억이 30년 만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영화제가 아니면 성사되기 힘든 완벽한 원환이기도 하다.
1954년 미야기현 출생. 단편 만화 『총성』(1973)으로 데뷔했으며, 『동몽』(1980)을 통해 만화가 최초로 일본 SF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영 매거진에서 연재한 『아키라』를 1988년 동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치밀한 연출과 압도적인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담아내며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다. 주요 연출작으로 <메모리즈>, <스팀보이>(2004) 등이 있으며 현재 새 TV 시리즈 『아키라』의 제작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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