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비사우 독립 초기, 사람들은 카니발 행진을 통해 흑인 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식민지 시대가 남긴 질서를 뒤집으며, 문화가 국가 정체성을 구축하고 자유를 쟁취하는 중요한 힘이 되게 한다. 말도로르는 군중에게 가까이 다가간 카메라로 가면 제작과 축제 현장의 몸짓과 리듬을 포착하며 기록과 시적인 영상 사이를 오간다. 이 영화는 문화와 전통, 정치를 한 편의 영상시로 엮어, 새로 태어난 나라가 집단적 창작과 축제를 통해 어떻게 자신만의 역사와 미래를 써 내려가는지 섬세하게 그린다.
선구적인 영화감독 사라 말도로르(1929~2020)는 반식민주의 고전 《삼비장가》로 여성영화사와 아프리카영화사에 자리매김했다. 이 영화로 그녀는 “아프리카 영화의 어머니”와 “혁명적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러나 이런 수식은 결코 완전히 충분하지는 않다. 4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든 그녀의 작품 세계는 네그리튀드, 범아프리카주의, 페미니즘, 공산주의 등 20세기의 주요 지적·정치적 운동과 긴밀히 함께하며 민중의 해방 투쟁을 끊임없이 기록한다.
과들루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연극인으로 경력을 시작했고, 1950년대 프랑스에서 전원이 흑인 배우로 구성된 최초의 극단 Les Griots를 공동 창립한 뒤 모스크바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이후 아프리카의 반식민주의 투쟁에 합류해 범아프리카 영화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동반자인 앙골라 인민 해방 운동의 시인이자 창립자 마리우 핀투 드 안드라드와 함께 아프리카의 해방운동에 깊이 헌신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선전과 영웅적 장관을 피하고 노동, 노래, 이웃 간의 연대, 여성의 참여, 문화적 연속성, 일상에서 혁명을 찾았다. 그녀는 평생 정체성과 국경, 영화 형식을 끊임없이 넘나들며 영화를 자유와 저항을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흑인 의식에 뿌리를 두면서도 아프리카와 유럽, 흑인 디아스포라를 아우르며 독자적인 영화 언어를 구축했다. 그녀의 스승 에메 세제르가 그녀에게 헌정한 다음 말보다 그녀의 평생 작업을 잘 담아내는 표현은 없을지도 모른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억압과 소외에 맞서 싸우며 인간의 헛소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라 말도로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