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각색한 <버닝>은 두 남녀와 정체불명의 남자 사이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그린 영화다. 유통회사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는 우연히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난다. 종수는 밝지만 공허한 분위기를 풍기는 해미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해미는 종수에게 고양이를 부탁한 채 돌연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 얼마 뒤 해미는 젊고 부유하지만 뭘 하는지 의심스러운 남자 벤(스티븐 연)과 함께 귀국한다. 세 남녀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그린 이 영화는 장르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를 골격으로 삼지만 여전히 이창동 스타일의 연장선에서 세계를 그리고 이해한다. 카메라는 죄의식을 가진 주체의 내면을 직접 파고드는 대신 죄의식을 둘러싼 상황과 풍경, 비유하자면 퍼져나가는 파장을 민감하게 포착하는 쪽에 가깝다. 미니멀한 스토리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밀도 있는 장면들이 펼쳐지고 각 장면마다 상징적인 요소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촘촘한 메타포의 그물을 형성한다. 특히 음악과 사운드의 조율이 실로 탁월하다. 감독이 바라본 상실, 분노, 혼란 등 시대의 분위기를 영화적 형식으로 해체한 뒤 이미지에 투영한, 드물고 귀한 시도다.
<초록물고기>(1997)로 데뷔하며 소설가에서 영화 연출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연출작 대부분이 주요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오아시스>(2002)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밀양>(2007)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시>(2010)로 칸영화제 각본상, <버닝>(2019)으로 칸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가능한 사랑>은 2026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다. 깊이 있는 작품 세계로 국제적 명성을 쌓은 한국의 대표적인 거장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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