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외곽의 호화 컨트리클럽. 이곳은 필리핀 사회에 짙게 드리운 식민주의의 망령과 기형적인 계급 구조가 응축된 축소판이다. 골퍼들의 스윙 앞에 공을 놓는 ‘티걸’로 일하기 시작한 17세 소녀 이사벨은 클럽 총책임자 팔랑카 박사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한편, 사업가 레나토는 미국에서 온 조카 클라라와 라운딩을 하며 가업을 이어받으라고 집요하게 설득한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배급되는 바깥과 달리 페어웨이에는 물이 넘쳐나는 부조리 속에서, 이들의 얽힌 관계는 리조트가 감춰온 잔혹한 진실을 향한다. 베를린 단편 은곰상 수상작을 동명의 장편으로 확장한 라파엘 마누엘의 데뷔작으로, 지아장커가 총괄 제작을 맡았다. 올해 선댄스에서 주목받은 이 작품으로 감독은 필리핀 영화계의 새로운 재능으로 떠올랐다. 4:3 화면비에 담긴 치밀한 구도, 매혹적인 색채 대비, 정교하게 통제된 미장센은 강렬한 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1990년 마닐라 출생. 런던과 암스테르담, 마닐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단편 연출작 <필리피냐나>(2020)는 카를로비바리영화제, 싱가포르영화제 등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영됐으며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첫 번째 장편 연출작 <필리피냐나>는 동명의 단편을 확장한 작품으로 2026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극영화부문 심사위원특별상(크리에이티브 비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