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아틀랑은 로브그리예, 알베르타치의 영화에 영감을 준 전설의 소설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여기에 ‘우아하게 걷는 여성(그라디바)의 부조상’은 없다. 프로이트가 논문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은 옌센의 중편은 원래 억압된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다.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편의 꿈 같은 영화 <다니엘>을 만든 감독답게, 아틀란은 원작의 고고학자를 일군의 청소년으로 대신했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이 폼페이로 여행을 떠난다. 청소년기의 정체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기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순간들을 더듬어 고스란히 담은 영화다. 공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탈리아 여행>이 연상되고, 안타까운 마음은 <행잉 록에서의 소풍>을 꺼내게 하지만, 이건 온전히 아틀랑의 영화다. 깃털처럼 가벼우면서 시간처럼 무거운 영화, <라 그라디바>는 그런 작품이다. 올해의 진정한 문제작이다.
촬영감독이자 각본가, 영화감독으로 조나단 비넬·캐롤린 포기의 <제시카 포에버>(2018), 알렉시 랑글루아의 <퀸즈 오브 드라마>(2024), 세자르상 촬영상 후보에 오른 루이즈 에몽의 <걸 인 더 스노우>(2025) 등에서 촬영감독으로 이름을 알렸다. 단편 연출작 <다니엘 페 페이스>(2018)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브리브영화제에서 청소년심사위원상과 Ciné+상을 수상했다. 안 브루예와 공동 집필한 각본으로 2024년 GAN 재단 대상을 받았다. 데뷔 장편 <라 그라디바>는 2026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어, 파얄 카파디아가 심사위원장을 맡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최고상인 AMI 파리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올해 칸영화제 최고의 발견작 중 하나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