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폰 트리에의 걸작 <멜랑콜리에>(2011)는 브뤼헐의 회화, 『햄릿』의 오필리아 이미지, 그리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변주하며 내밀하면서도 장대한 한 편의 오페라를 펼쳐 보인다. 라스 폰 트리에는 서로 대조적인 두 자매를 그린다. 클레어는 부유한 가정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는 반면, 깊은 우울증에 사로잡힌 저스틴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모든 것을 스스로 파괴해 버린다. ‘멜랑콜리아’라는 행성이 지구를 향해 위험하게 다가오면서, 세상의 종말을 앞두고 두 인물은 저마다 뜻밖의 얼굴을 드러낸다. 금발의 커스틴 던스트와 갈색 머리의 샤를로트 갱스부르, 두 뛰어난 배우는 서로의 음화(陰畫)와도 같은 자매를 완벽하게 연기해 낸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우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이 영화가 지닌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 샤를로트 갱스부르, 『살롱닷컴』, 2011년 11월 10일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꾸준히 시도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상작가′로, 도그마95 선언을 통해 새로운 영화 세대를 이끄는 중심적 역할을 했다. <브레이킹 더 웨이브>(1996)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어둠 속의 댄서>(2000)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안티크라이스트>(2009)의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멜랑콜리아>(2011)의 커스틴 던스트에게 각각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도그빌>(2003), <님포매니악>(2013), <살인마 잭의 집>(2018) 등 파격적인 형식 실험을 이어가는 한편, 프로듀서 페터 올백 옌센과 설립한 영화사 젠트로파로 유럽 영화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에도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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