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트는 19세기 프랑스의 사회주의 작가이자 초기 여성주의의 선구자인 플로라 트리스탕의 일기에 깊이 매료되어 남편과 아이를 두고 혼자 리옹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리옹의 거리와 골목을 오가며 그는 트리스탕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자신이 거니는 발소리를 통해 고인이 생전에 했던 생각과 마음에 다가가려 한다.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역사를 “보는” 것을 거부하자 도시 공간은 그의 발아래에서 점차 거대한 반향실로 펼쳐지고, 겹겹의 시공간이 이곳에서 만나 상상해 본 적 없는 소리의 공명을 일으킨다.
잊힌 사람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지나간 역사는 어떻게 산 자의 시공간에서 공명하는가? 고인의 삶의 경험은 현재에 어떤 정치적 동력을 촉발할 수 있는가? 클라우디아 폰 알레만의 첫 장편 극영화는 한 여성의 방랑을 통해 “역사”를 향해 끊임없이 겹겹의 질문을 던지고, 신체의 이동으로 역사 서술의 한계와 가능성을 직접 경험한다. 또한 여성주의적 방식으로 여성의 역사를 탐색하는 급진적 시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