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더 비스츠>(2022) 이후 로드리고 소로고옌 감독은 방향을 전환해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깊이 파고드는, 복잡하고도 섬세한 멜로드라마를 완성했다. 하비에르 바르뎀은 13년의 공백 끝에 딸 에밀리아와 마주하기 위해 신작의 주연을 딸에게 제안하는 유명 영화감독 에스테반을 연기한다. 소로고옌 감독은 촬영장에 공포 정치를 펼치는 자기중심적인 영화감독과 오래전 가정을 버린 아버지와 대면해야 하는 젊은 여성의 초상을 동시에 그려낸다. 무엇보다 하비에르 바르뎀과 빅토리아 루엔고, 두 위대한 배우의 대결이야말로 이 영화의 심장이다. <에밀리아, 사랑을 기억하다>는 전능한 창작자라는 신화를 해체하는 동시에 영화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놀라울 만큼 사실적으로 포착한다. 무려 18분 동안 단 한 번의 끊김도 없이 휘몰아치는 부녀간의 오프닝 대화 씬은 잉마르 베리만의 걸작을 방불케 하는, 압도적이고 잊을 수 없는 올해의 시퀀스다.
스페인 감독 로드리고 소로고옌은 《마더》(2019)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고 고야상 6개를 수상했으며, 영화와 텔레비전에서 호평받는 경력을 쌓아왔다. 그의 작품으로는 《더 게이트》(2018), 《Riot Police》(2020), 고야상 9개와 세자르상을 수상하고 칸에서 호평받은 《더 비스츠: 야수들의 땅》(2022), 《The New Years》(2024)가 있다. 그의 영화와 시리즈는 주요 국제상을 수상하고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