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었다’. 주로미, 김태일 감독은 영화의 제작 의도를 간명한 첫 자막으로 밝힌다. 너무나 간명해서 정확하게 마음에 꽂히는 말. 주로미, 김태일은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한다. “먹고 살아야겠다.” 그들이 기록하려는 태백 광산의 마지막 광부들은 이 말로 영화를 연다. 막장으로 끝없이 내려가는 케이지 숏 위에 얹힌 영화의 첫 대사다. 폐광을 앞둔 장성광업소 광부들이 입 모아 지옥이라 부르는 곳. 너무 가난했고, 먹고 살아야겠기에 들어왔지만 사흘 만에 관두려 했던 일이 30여 년을 넘겼고 그동안 ‘좋은 꼴은 못 봤다.’ 마지막 광부들로 시작한 영화는 38년 전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고 성완희 열사와 그 동료들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탄식 같은 반문이 또다시 마음을 건드린다. “가난에 찌들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왜 그렇게까지 궁지로 내몰았을까?” <이슬이 온다>는 위대한 노동/노동자를 기록하고 기억하려, 마음으로 찍은 영화다.
다큐멘터리 공동체 '푸른영상’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태를 다룬 <원진별곡>(1993)을 시작으로, <4월 9일>(2000), <안녕, 사요나라>(2005) 등으로 한국의 아픈 역사와 사회 기저층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작품 속에 담아왔다. 이후 가족 제작사 ‘상구네’를 꾸려 주로미 감독과 함께 <오월애>(2010)부터 <웰랑 뜨레이>(2012), <올 리브 올리브>(2016), <또 바람이 분다>(2022)로 이어지는 ‘민중의 세계사’ 프로젝트를 완성하였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기록이 삭제된 개인들의 삶을 발굴하는 그의 작업은 마지막 탄광부들을 담은 <이슬이 온다>(2025)까지 이어진다. 김태일 감독은 <안녕, 사요나라>로 부산국제영화제 운파상을, <이슬이 온다>로 비프 메세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