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 앤 글로리>(2019)가 노년에 접어든 감독의 육체적 고통과 유년의 기억을 나란히 조명했다면, 알모도바르는 <비터 크리스마스>에서 그 자전적 궤적을 한층 더 깊숙이 파고든다. 이야기는 가까운 이들의 삶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집필 중인 영화감독 ‘라울’의 창작 여정을 따라간다. 예술을 위해 타인의 사적인 삶을 끌어들여도 되는 것일까? 알모도바르는 이 근본적인 질문을 중심에 두고, 예술과 삶이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또 한 편의 눈부신 멜로드라마를 완성했다. 극 중 두 감독인 라울과 엘사는 알모도바르의 알터 에고(분신)다. 알모도바르는 창작을 향한 불안과 자기중심성, 그리고 고독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고백한다. 아울러 멕시코 가수 차벨라 바르가스의 음악이나 데이비드 호크니의 햇살 가득한 회화처럼, 자신이 오랫동안 사랑해 온 예술적 영감을 작품 구석구석에 촘촘히 새겨 넣는다. 하지만 알모도바르에게 최고의 영감은 언제나 배우들이다. 바르바라 레니, <에밀리아, 사랑을 기억하다>의 빅토리아 루엥고, 그리고 아이타나 산체스 히혼. 이 세 뮤즈의 열연은 영화를 감정의 정점으로 끌어올리며 <비터 크리스마스>라는 또 하나의 걸작을 완성한다.
* 본 상영작은 스페인어 음성에 한국어 자막만 제공되며, 영어 자막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1949년 스페인 출생의 영화감독으로 80,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영화의 가장 존경받는 대표적인 감독으로 추앙받고 있다. 정규 영화교육을 받지 않고 글쓰기와 연극, 음악, 사진, 슈퍼8 필름 영화 제작을 거쳐 1980년 장편 연출을 시작했다. <산 정상의 페피, 루시, 봄 그리고 다른 사람들>(1980)로 데뷔했으며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그녀에게>(2002)로 각본상, <룸 넥스트 도어>(2024)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끊임없이 연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터 크리스마스>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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