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내전 중 촬영된 조슬린 사브의 첫 장편 극영화는 이례적인 만남을 통해 전쟁 속에서도 삶과 욕망, 자유, 예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사마는 전쟁 속에서 자란 난민 소녀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기 좋아한다. 카림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삶 속에서 창작의 의미를 찾으려는 중년 화가다. 서로 평행한 세계에 사는 듯한 두 사람은 난세 속에서 만나 서로에게 연정을 품는다.
고향의 상처를 직시했던 “베이루트 3부작”의 시선을 이어 가는 이 작품의 카메라는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와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수시로 머물며 베이루트를 주인공으로 삼은 또 하나의 서사 축을 보여 준다. 10년에 걸친 전쟁을 겪은 베이루트가 사랑 이야기를 품고, 사람의 인연과 도시의 운명이 서로 이어진다. 사랑의 속삭임은 베이루트에 바치는 연애편지가 되는 동시에 전쟁에 대한 깊은 고발이 된다. 이 작품은 1985년 첫 상영 직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으며, 2025년에 복원이 완료되고 나서야 다시 대형 스크린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