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60년대 후반의 싱가포르. 한 남자가 한 여성을 심문한다. 재떨이와 검은색 전화기, 테이프 녹음기만 놓인 어두컴컴한 방에서 긴 문답이 이어지는 동안 대화에 이질적인 목소리가 섞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그녀는 무언가에 씐 듯 1983년의 묘비명을 둘러싼 재판을 비롯해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과 증언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다니엘 후이의 이 “작은 영화”는 익명의 여성에게 잊힌 여러 시간을 겹쳐 놓고, 그로부터 법과 검열이 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누가 말하고 누가 추궁당하는지 그 경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남자와 여자 사이에도 서로 다른 길을 택했던 과거가 겹쳐진다. 2024년 이 작품은 싱가포르에서 상영 금지됐으며 지금도 상영되지 않고 있다.
1986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Daniel Hui는 영화감독이자 작가다. 캘리포니아 예술 대학 영화과를 졸업했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싱가포르 독립영화 집단 13 Little Pictures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다. 《Eclipses》(도클리스보아 국제영화제 2013), 《Snakeskin》(토리노 영화제 2014,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15, 몬트리올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2015), 《Demons》(부산국제영화제 2018,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2019)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