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은 아내와 헤어지고 홀로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가끔씩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지만 마음을 전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닌의 직업은 소음 측정기를 설치하는 일이다. 소음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조명에 불이 들어온다. 마을 어귀에는 주민들의 사교장이자 해방구인 식당이 있다. 밤이 되면 이곳은 터져 나오는 소음과 푸른 불빛으로 물든다. 장편 데뷔작 <맛>으로 2021년 베를린영화제 인카운터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레바오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소리를 측정하는 남자의 일상을 따라가며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쌓인 침묵과 거리를 응시한다. ‘듣는 것’을 내세우는 작품인 만큼 사운드 디자인도 훌륭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로 잰 듯한 구도와 풍성하고 또렷한 색감으로 매 장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는 시각적 경험 역시 탁월하다.
청소년기에 독학으로 영화를 공부한 뒤 단편 <석탄>(2013), <향기>(2014), <맛>(2016) 등을 연출했다. 동명의 장편 데뷔작 <맛>(2021)은 베를린영화제 인카운터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조용히 귀 기울이면>은 두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2026 로카르노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