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실바니아의 한 관광지 극장에서 『드라큘라』가 상연된다. 무대 위의 드라큘라는 두렵고 매혹적인 이가 아닌 관객이 원하는 대로 변형 가능한 존재로서 등장한다. 무대 안팎에서 배우들과 관객이 드라큘라를 포획하는 놀이를 벌이는 한편, 한 남자가 자신을 영화감독이라 소개하며 AI를 활용해 드라큘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 시도한다. 라두 주데 감독의 형식적 실험이 이번 신작에서 한층 대범해졌다. 그는 루마니아의 상징적인 고전 ‘드라큘라’를 단순히 리메이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촬영과 AI를 적극 활용해 드라큘라가 지닌 상징성을 해체하고 재결합한다. 의도적으로 선별된 조악한 AI 생성 이미지와 종교, 정치, 젠더, 역사, 신화 등의 주제를 접목해 루마니아가 마주한 현 이슈들을 폭로하고 풍자한다. 범람하는 AI 기술과 가상 이미지 사이에서 재현의 의미까지 되짚는 야심 찬 문제작이다.
1977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출생으로, 단편 <모자 쓴 튜브>(2006)로 선댄스·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30여 개의 상을 받으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장편 데뷔작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2009)는 선댄스영화제 NHK 필름메이커상을 수상하고 베를린·토론토 등 50여 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어 필름 포 프렌즈>(2011), 베를린영화제에서 프리미어된 <에브리바디 인 아워 패밀리>(2012)를 거쳐, 단편 <섀도 오브 어 클라우드>(2013), <잇 캔 패스 스루 더 월>(2014)이 칸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세 번째 장편 <아페림!>(2015)은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하고 루마니아 아카데미상 출품작으로 선정되었다. <배드 럭 뱅잉>(2021)으로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지구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2023)로 로카르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작 <콘티넨탈 ’25>(2025)는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각본상을 받았으며, 신작 <라두 주데의 어느 하녀의 일기>는 2026 칸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