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출신 청소부 두 명이 파리 거리의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19세기 프랑스 요리책 한 권을 발견한다. 중병을 앓는 친구가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들은 텔레비전 요리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한다. 책에 나온 재료는 어느 것 하나 살 형편이 안 되지만, 무작정 외워서라도 기어이 상금을 타려 한다!
《莫那岡貝:自由的吶喊》과 《삼비장가》의 혁명 서사와 달리, 이 텔레비전 영화는 사라 말도로르의 드문 경쾌한 코미디다. 고급 요리와 거리의 막일, 프랑스 엘리트와 아프리카 이민자 사이의 고정된 경계를 교묘하게 뒤집고, 한 권의 요리책이 여러 손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누가 프랑스 문화를 소유할 수 있는지 묻는다. 여전히 많은 영화가 흑인 이주 노동자를 비참한 피해자로 그리지만, 말도로르는 즐거움과 정치가 공존할 수 있다고 믿으며 억압이 흑인의 삶을 규정하는 유일한 것이 되도록 두지 않는다. 익살스러운 두 주인공은 서로 말을 주고받고, 말투에는 저절로 힙합의 혼이 배어 있으며, 춤추듯 몸을 흔들며 거리를 쓴다. 이들은 웃고 떠드는 가운데 존엄하게 살아가고, 일상이 곧 이들의 가장 재치 있는 저항이다.
선구적인 영화감독 사라 말도로르(1929~2020)는 반식민주의 고전 《삼비장가》로 여성영화사와 아프리카영화사에 자리매김했다. 이 영화로 그녀는 “아프리카 영화의 어머니”와 “혁명적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러나 이런 수식은 결코 완전히 충분하지는 않다. 4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든 그녀의 작품 세계는 네그리튀드, 범아프리카주의, 페미니즘, 공산주의 등 20세기의 주요 지적·정치적 운동과 긴밀히 함께하며 민중의 해방 투쟁을 끊임없이 기록한다.
과들루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연극인으로 경력을 시작했고, 1950년대 프랑스에서 전원이 흑인 배우로 구성된 최초의 극단 Les Griots를 공동 창립한 뒤 모스크바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이후 아프리카의 반식민주의 투쟁에 합류해 범아프리카 영화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동반자인 앙골라 인민 해방 운동의 시인이자 창립자 마리우 핀투 드 안드라드와 함께 아프리카의 해방운동에 깊이 헌신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선전과 영웅적 장관을 피하고 노동, 노래, 이웃 간의 연대, 여성의 참여, 문화적 연속성, 일상에서 혁명을 찾았다. 그녀는 평생 정체성과 국경, 영화 형식을 끊임없이 넘나들며 영화를 자유와 저항을 추구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흑인 의식에 뿌리를 두면서도 아프리카와 유럽, 흑인 디아스포라를 아우르며 독자적인 영화 언어를 구축했다. 그녀의 스승 에메 세제르가 그녀에게 헌정한 다음 말보다 그녀의 평생 작업을 잘 담아내는 표현은 없을지도 모른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억압과 소외에 맞서 싸우며 인간의 헛소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라 말도로르에게.”